한가지 소원을 꼭 이루는 해동용궁사
부산│한가지 소원을 꼭 이루는 해동용궁사
BUSAN, KOREA
어릴적 아빠 손을 잡고 처음 방문했던 해동용궁사. 학교에서 소풍으로도 방문했었고 부산에 놀러온 친구와 함께 방문한 적도 있다. 그리고 어느덧 나는 성인이 되어 남편과 함께 처음 해동용궁사에 방문하게 되었다.
공영주차장 / 주차비 3,000원
입구에는 해태가 이렇게 늠름하게 지키고 있다. 비오는 날 서서 물떡 먹는것도 참 좋은데...비오는 날 운치좋은 용궁사를 산책하러 왔던 우리는 조금 뒤 아주 큰 실수였음을 깨달았다. 오늘은 거의 뭐, 봄비가 아니라 장대비가 쏟아지는 바람에...
여기가 바로 용궁사의 포토존. 12간지 석상이 멋지게 서있다. 나의 뱀의 모습을 모두 담기에 내 다리가 짧았지만 나름 근엄하게 나온 것 같아 만족스럽다.
우리가 용궁사에 온 건, 사실 용궁사에서 꼭 빌고 싶은 소원이 한가지 있었기 때문이다. 해동용궁사는 한 가지 소원을 꼭 이루어 주기로 유명하다.
길을 따라 쭉 내려가다 보면 이렇게 득남불이 뚜둥! 하고 나타난다. 맞다. 오늘 우리의 목적은 득남불의 배를 만지고 오는 것. 이미 많은 사람들의 손길로 인해 배 부분이 맨들맨들 해졌다. 평소에는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한다는데, 비가 와서 사람이 비교적 적어 다행이였다. 아들, 딸 상관 없으니 건강한 아이 하나만 점지해주세요. 🙏
나는 비오는 날을 좋아한다. 그래서 비오는 날 외출하는 것에도 서슴이 없는 편이다. 나름대로 비오는 날의 용궁사도 운치가 있었고 만족스러웠다. 비가 더 많이 내리기 전에는 말이다. 아, 그리고 바닥에 전체적으로 돌이 깔려있는데 비 오는 날은 미끄러우니 주의해야한다.
하늘과 바다가 푸르른 날에는 더욱 예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늘도 충분히 예쁘다. 내 주변으로 외국인들이 셔터를 누르느라 바빴다. 어떻게 이런 곳에 절을 지을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큰 돌 아래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이 마치 비를 피하는 모습인 것 같아 귀엽게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곧 부처님 오신 날이구나. 부처님 오신 날 연등 행사를 즐기는 것도 참 좋았는데. 코로나가 여러모로 즐거운 일들을 많이 빼앗아갔다.
내가 어릴 적 아빠와 함께 왔을 때 처럼, 아빠와 함께 방문한 아이. 빗줄기는 더 굵어지는데도 우산을 쓴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용궁사를 둘러보고 즐기고 있었다.
지금 나는 종교가 없다. 하지만 어릴 적, 나를 돌봐주셨던 할머니는 절에 다니시며 늘 거실 전축으로 부처님 말씀을 틀어놓으시곤 했다. 어린 나는 아무것도 몰랐지만 할머니와 손 잡고 절에 가는 날을 항상 기다려왔다. 마치 소풍 가는 기분이였다. 절에 올라가는 길에서 할머니는 떡도, 염주 팔찌도 사주시곤 하셨다. 그리고 내가 방석 위에 앉아 염주팔찌를 갖고 놀고 있으면 할머니는 쉼 없이 기도를 올리셨다. 무엇이 그렇게나 간절하셨을까.
아마도 오늘의 우리 처럼, 가족을 위한 기도였으리라. 유난히도 하늘이 흐린 날, 유난히도 하늘이 선명했던 그 날을 기억하며. 모든 이의 간절함이 하늘에 닿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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