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행│제주도 억새 명소 새별오름
제주여행│제주도 억새 명소 새별오름
JEJU, KOREA
때는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 2019년 12월. 나는 생애 첫 제주여행을 떠났다. 한참 지난 여행 이야기를 왜 이제야 꺼내놓는가 하면 사실 나는 무언가를 기록하는 것에는 재능이 없다. 조금 게으른 성격이기도 하고 글재주가 없기도 해서 블로그는 시작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런데 며칠 전, 노트북이 랜섬웨어에 감염되었고 외장하드 마저 감염되어 그동안의 추억이 몽땅 사라져 버렸고 그나마 건진 제주여행 자료들을 보며 '아, 이젠 어딘가에 기록해 두어야겠다. 이렇게 허무하게 내 추억을 날려버리긴 싫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꺼내어 보는 나의 제주 여행.
평소에도 무척이나 여행을 즐기는 우리, 아니 일단 떠나고 보는 우리지만 제주 한 번 간적 없다니. 문득 제주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금, 토, 일 짧은 2박 3일 여행 일정. 그마저도 마지막 날은 오전 비행기라서 이틀 정도의 시간밖에 없다. 여유롭게 평일에 떠나야 하건만. 직장인이 그러기 쉽지 않다. 어쨌거나 우리는 금요일 첫 비행기를 타고 제주에 도착했고 가장 첫 일정은 오름에 가는 것이었다. 많고 많은 오름 중 가고 싶었던 카페로 가는 길에 있었던 데다 올라가는데 30분이면 된다고 하는 새별오름을 택했다.
등산 내공이 쌓인 지금이라면 아주 편안하게 올랐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시 오르막에 취약했던 나는 제법 가파른 길에 당황했다. 여담이지만 첫 제주 여행인 만큼 나는 매우 들떴었는데, 남편은 오름을 오르는 내내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않고 있어 정상에 다다랐을 때 결국 화를 냈고 그로 인해 오름 정상에서 찍은 사진이 한 장도 없다. 제주 여행 와서 친구들에게 자랑한다고 그랬다던 남편이 휴대폰 내려놓겠다는 약속을 하고서야 내 기분이 풀렸다.
새별오름은 억새가 많기로 유명하다. 앞서 말했듯 새별오름은 30분이면 오를 수 있을 만큼 길이 짧은 반면 가파른 편으로, 내 체력에는 조금 힘들었는데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사르륵' 하며 흔들리는 억새 소리를 따라가다 보니 금방 오를 수 있었다. 지금도 이렇게 예쁜데 억새가 만발했던 가을에는 얼마나 더 반짝였을까. 기회가 된다면 억새가 한창인 계절에 다시 오고 싶다. 그래서 여행은 끝이 없다. 가봐야 할 다른 곳들도 많은데 항상 머문 곳의 다른 모습도 보고 싶어 진다.
어느덧 저 멀리 주차장이 보인다. 앞만 보고, 위만 보면서 올라가기보다 가끔 뒤도 보고 올라왔던 길도 좀 내려다 보기도 하다 보면 때때로 놓칠 뻔했던 좋은 풍경을 만날 수도 있다. 등산할 땐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여행 중이니까. 그저 마음껏 여유롭게 즐기면 된다.
황금빛 새별오름. 새별오름은 너무나 낭만적이어서 사진을 보고 있으면 두고두고 그 날의 바람 냄새가 기억나곤 한다. 아침 비행기로 제주에 도착하자마자 첫 일정이었던 새별오름. 새별오름은 노을질 때 정말 장관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억새가 만발한 가을의 어느 날 노을 녘에 다시 방문하는 걸로.
아, 그리고 카페 대신 보온통에 따뜻한 커피나 차를 담아 와서 멋진 풍경을 보며 카페 못지않은 티타임을 즐겨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물론 제주에는 너무나 예쁜 카페들이 많아서 누구나 제주 여행 일정에 카페 한 곳 정도는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또 다른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서로에게 더욱 익숙해진 우리 부부와 우리의 작은 아이들이 함께 정상에서 예쁜 사진을 남기는 것 까지. 슬쩍 나의 버킷리스트에 새롭게 추가해본다. 얼른 마스크 없이 자유롭게 여행하는 날이 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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